'가을의 전설'이 오역인가?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오역이다?

영화 제목 중 가을의 전설죽은 시인의 사회가 오역이라는 떡밥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돌았던 것인데,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조금 의아한 점이 있다. 중견 번역가가 단정적으로 그런 말을 했다면 문제가 꽤 심각한 거다.

(찾아보니 이런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것은 이윤기의 오역을 공격한 것으로도 유명한 이재호 교수...)

과연 저 제목들을 딱 잘라 오역이라고 할 수 있을지...

만일 Dead Poet's Society를 곧이 곧대로 '과거 시인 연구학회'나 '옛 시인을 연구하는 동아리'라 번역했으면 어땠을까.

원작자가 과연 동아리 이름만을 염두에 두고 저 제목을 지었을까? 아니면 시인이 살아갈 수 없는 (또는 부재하는) 사회...

라는 의미로 지었을까?

이중적 의미가 들어 있는 제목이라 차라리 '죽은 시인의 사회'라고 하는 편이 더 적합한 것 같다.


'가을의 전설'을 오역이라 하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fall이 '기독교적 추락'이나 '타락'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겨울을 예감케하는 가을, 이라는 의미인지

영어권 평론가들도 확실치 않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스웨덴에서도 '가을의 전설'을 의미하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원작의 화자가 시간을 계절 단위로 생각하는 인디언이라, '가을의 이야기'라는 뜻에서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는 의견도 있다.

http://www.ew.com/ew/article/0,,295664,00.html#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제목 중 히치콕 감독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가 있다.

원제 North by Northwest에서 Northwest는 '노스웨스트 항공'이라고 모 번역자가 주장한 것.

그러나 일본어 번역본뿐 아니라 다른 나라 번역본들도 모두 '북북서'로 번역하고 있다.

노스웨스트 항공은 딱 한 장면에 나오고, 실제로 이동경로가 북북서 방향이니 감독의 '말장난'에서 비롯된 제목일 것이다.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에는 우편배달부가 등장하지 않으니 속어인 postman의 원뜻을 살려서

기둥서방은 벨을 두 번 누른다, 라고 해야 한다는 평론가(정영일)도 봤으나, 이 역시 무리한 주장인 것 같다.

작가 제임스 케인이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자신이 출판사에 보낸 원고에 대한 회신을 기다리면서

우편배달부를 맞을 때의 초조함을 반영한 제목이라고 한다. 케인의 집에 들르는 우편배달부는 항상 벨을 두 번 누르는

습관이 있었다고. 살인과정을 고백한 글을 쓰면서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남자주인공의 심경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그렇게 지었다고.

An Officer and a Gentleman의 경우, '학사장교'로 해야 하는데 '사관과 신사로' 오역했다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실상 원작 소설 제목이 'conduct unbecoming an officer and a gentleman(장교와 신사로서 용납되지 않는

비신사적 행위)'이라는 미국군/영국군 처벌규정에서 유래했다니 딱히 오역이라 볼 수도 없다.

여하튼 아무리 전문가라도 영화나 소설 제목에 대해 오역이라는 진단을 섣불리 내리기 전에 조사부터 철저히 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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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쟁과 평화 | 2009/10/21 15:05 | 정보 | 트랙백(1) | 핑백(2) | 덧글(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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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Nihil at 2009/10/22 06:42

제목 : Traduttore, traditore - Lege..
'가을의 전설'이 오역인가? 이재호의 '문화의 오역'에서 지적된 이후로 이 영화 제목이 오역이라는 떡밥은 거의 상식으로 알려져 있었다. 강대진의 '잔혹한 책읽기'만큼 치밀한 근거에 입각해 지적한 느낌은 아니긴 하지만, 본인도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였었음. 'ㅅ' 그런데 이글루스에 이 떡밥이 메인에까지 오른 이상 다시 궁금증이 동했다. 특히 전쟁과 평화 님의 지적......more

Linked at 벨푼트의 호숫가 산장 : [질.. at 2009/10/22 07:12

...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오역이다? '가을의 전설'이 오역인가? 요즘 영화 벨리에 제목 오역 관련 얘기가 돌고 있네요. 저에게 있어 영화 제목 오역하면 꼭 생각나는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1985년 작 "피라미드의 공포". ... more

Linked at 잠보니스틱스 : 오늘의 오역계.. at 2009/10/23 00:09

... ★영화 역사상 가장 오역된 제목은 (대밋님)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오역이다? (즈망푸님) ★'가을의 전설'이 오역인가? (전쟁과 평화님) ★Traduttore, traditore - Legends of the Fall (ουτις님) ★[질문] 이 영화의 제목도 혹시 오역 ... more

Commented by sal9000 at 2009/10/21 18:12
"노르웨이 숲" 논란도 생각나는군요.
Commented by 전쟁과 평화 at 2009/10/22 23:34
그 소설은 제가 안 봐서 모르겠네요. ㅎㅎ
Commented by highenough at 2009/10/21 18:12
그렇군요. 역시.
포스팅에 쓰신 것처럼 원작자의 의도 등을 조사해보고 섣불리 오역이라 지적하는 것도 문제고 또 이런 생각도 드는 것이, 번역이 원래의 뜻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번역했을 때의 우리말의 말맛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죽은 시인의 사회'가 아니라 '과거시인연구학회'따위였다면 전 저 책을 읽으려고 집었을 것 같지 않아요;;
Commented by 전쟁과 평화 at 2009/10/22 23:38
외국 영화나 소설 우리나라 말로 그대로 옮겼을 때 이상한 제목이 너무 많지요. 문화적 차이 고려 안하고 그걸 직역하자는 사람들이 답답합니다.
Commented by 꽃가루노숙자 at 2009/10/21 18:13
몰락의 전설이지요. 저번 영화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내용입니다.
Commented by 전쟁과 평화 at 2009/10/22 23:39
영화 프로그램? ㅋㅋ 작가나 감독도 대답을 회피하고 말을 흐린 걸 어떤 피디인지 잘도 캣취했군요?
Commented by 레오 at 2009/10/21 18:24
이재호 교수에 대해서는 말이 참 많지요. 그냥 무시하는게 상책이라고.
하긴 해외 영화배급사가 제목 오역하는 것도 모르고 냅둘까요?
Commented by 전쟁과 평화 at 2009/10/22 23:40
이재호처럼 단어 대 단어 대응에 몰입해서 문맥 고려 안하고 남의 번역에 처방론적 비평 함부로 하는 사람들을 보면, 번역을 안 해봤거나 설익은 번역자들이더라고요.
Commented by deepthroat at 2009/10/22 00:29
여기에 대해서는 일본번역서인 '번역 오류 사전'에도 나오지요..ㅋㅋㅋ 문제는 번역가 협회에서 번역한 그책에도 번역 오류가;;; ㄷㄷㄷㄷ

죽은 시인의 사회는 작중에 Dead Poet's Society라는 클럽이 나온다고하는군요.(읽었는데 전혀 기억이-ㅅ-;;;)
Commented by 전쟁과 평화 at 2009/10/22 23:41
저도 그 영화 봤습니다만... 과연 작가가 제목을 지을 때 그 동아리명만을 고려한 것인지, 중의적 표현인지는 우리가 알 수 없지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9/10/22 01:23
Dr. Strangelove를 '박사의 이상한 애정'으로 번역해 놓은 것에 비하면 제대로 된 번역들이지요.
Commented by 전쟁과 평화 at 2009/10/22 23:41
ㅋㅋㅋ
Commented by ... at 2009/10/22 01:35
rumic71/// 푸하하 이건 진짜 대박!
Commented by poets at 2009/10/22 03:44
확실히 오역 운운하는 사람이 더 오역을 많이 저지르는 사례는 수도 없이 봤네요
특히 만화에서 번역서의 오역을 지적한답시고 떠드는 블로거들의 번역 수준이 더 떨어지기도 하고,
오역인줄 알고 화내다가 알고 보니 오역이 아니었다는 경우도 많고...

남의 오역지적은 조심해야할 일인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전쟁과 평화 at 2009/10/22 23:44
오역 함부로 지적하다가는 자기도 나중에 그대로 당하는 수가 있지요.

외국어로 된 글 번역하다보면 오역 한 두 개 나오는게 아닐 텐데.

하물며 우리말을 외국어로 번역할 때도 우리말 제대로 이해 못 해 오역이 발생하는 일이 다반사인데요.

결론: 오역 함부로 지적하는 사람 중에 제대로 된 번역자 없다.
Commented by 뉴비 at 2009/10/22 07:03
저도 어제 영화밸리에 죽은시인의 사회가 오역이라는 글 올라왔을 때 의문이 들었습니다.
작중에 동아리가 나온다는 이유로 제목에 동아리가 들어가야 하는가?
영화 속 계절이 가을이 아니라고 타락의 전설이라 해석하는 것은 타당한가?
처음에 글쓴 사람은 강사가 통번역대학원 나왔다 해서 오역이라는 말을 100% 신뢰하는 눈치..
- 사람들이 전문가 말이라면 쉽게 믿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전쟁과 평화 at 2009/10/22 23:45
통번역대학원 나온 사람, 수준이 천차만별이거늘, 말 다 믿을 것 같으면 ㅋㅋㅋ

저야말로 교양수업이고 동종업계 전문가 없다고 섣불리 그런 말을 한 강사 누군지 좀 알고 싶네요.

Commented by 큐팁 at 2009/10/22 10:13
ㅋㅋ아니 대학생활 해보신 분들이면
각자 활동하셨던 모임이나 동아리의 명칭에
'동아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경우가
전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라는 사실을 아실텐데요.

'죽은시인의 모임' 또는 '죽은시인의 사회'가 더 현실적으로 자주 쓰일 듯한 동아리 명칭 아닐까 합니다.

'죽은 시인들의 작품을 연구하는 동아리'는
제대로 된 번역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아주 심각한 오역입니다.
가장 심각한 수준의 오역이지요. '제대로'를 자부하기에 말입니다.
Commented by 전쟁과 평화 at 2009/10/22 23:46
그렇죠.

번역이라는 것이 1대1 대응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네요.

우리말 지위가 그만큼 낮게 자리잡은 걸까.
Commented by eigen at 2009/10/22 10:51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Last Exit to Brooklyn)는 브루클린에서 나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오역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어느게 맞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후자가 맞는 것 같기도 하네요.
Commented by 전쟁과 평화 at 2009/10/22 23:49
'브루클린으로 나가는 마지막 출구'겠지요? '비상구'가 오역이라는 것 같습니다만.

어찌 봐도 왜 '브루클린에서 나가는'인지는 잘...;;;

Commented by 바람뫼 at 2009/10/22 10:59
문득 떠오르는 것이「"Down" Periscope」라는 코미디 영화의 국내 제목은「잠망경을 "올려라"」.… -ㅁ-a

오역(?)을 한 게 더 마음에 드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피터 잭슨의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The Lord of the Rings」는「반지전쟁」이라고 통했죠.(일본의 영향이지만)
저는 이쪽이 더 좋더라고요 ^^; 게다가 lord는 제왕이 아니라 군주가 더 적절하지만.;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09/10/22 12:39
'반지전쟁'은 오역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지요.
출판사에서 마케팅을 고려하여 제목을 원제와 다르게 변경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lord는 제대로 번역을 하자면 '군주'보다는 '주인'이 가장 적당하겠지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10/22 23:04
근디 정작 일본에서는 그냥 '반지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반지전쟁'은 90년대에 나온 번역본부터 눈에 띄던데 대체 원천이 어디인지;;;
Commented by 전쟁과 평화 at 2009/10/22 23:52
잠망경 ㅋㅋㅋㅋ 아무래도 의도적인 거 아닐지 싶은데요.

잠본이님 말대로 반지의 제왕이라기보다는 반지의 주인이 적합할 것 같네요.

톨킨이 니벨룽의 전설을 참고로 했다니 더더욱...
Commented by 블랙 at 2009/10/23 09:49
'반지전쟁'이 아주 잘못된 제목은 아닌게 원래 톨킨이 쓰려고 했던 제목 후보중 하나 였었습니다. 피터 잭슨이 영화화 계획을 할때도 사용하려고 했던 제목이기도 하구요.

오래전에 DOS로「The Lord of the Rings」게임이 나왔었을때 컴퓨터 잡지에서의 소개 제목은 '반지의 지배자'였었습니다.
Commented by chatmate at 2009/10/22 13:11
이 글을 읽고 나니, 갑자기 영화 '사랑과 영혼'은 '귀신'의 오역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드는군요.
Commented by 궁극사악 at 2009/10/22 13:39
ㅎㅎ 사랑과 귀신;; 왠지 전설의고향 삘인데요~?
Commented by 잠본이 at 2009/10/22 23:05
근데 로맨스 영화에 떡하니 '유우려어엉'이라는 제목을 다는것도 뭣하니 그건 좀 다분히 의도적이었을듯
(오역이라기보단 제목을 새로 지은 셈... '워털루 다리'가 '애수'로 둔갑한 것처럼 OTL)
Commented by 전쟁과 평화 at 2009/10/22 23:53
ㅋㅋㅋㅋ 무려 '유령'도 아니고 '귀신'... 진짜 섬뜩함.

'혼령'이라고 해도 너무 토속적이고 ㅋㅋㅋ
Commented by Saga at 2009/10/23 03:52
사랑과 영혼은 멋진 창작 센스라고 해야겠지요.
만약 다른 제목이었으면 관객 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을 겁니다.
일본에선 제목이 '뉴욕 고스트'였는데, 이런 제목 안 나온 것만 해도 다행이죠.
Commented by 블랙 at 2009/10/23 09:57
영화 '패시파이어'에서 '고스트'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찾다가 'Ghost'라고 써있는 DVD를 찾아서 확인해 보니 '사랑과 영혼(Ghost)' DVD였다는 내용이 있었죠.
Commented by 전쟁과 평화 at 2009/10/24 01:54
진짜 막장 중에 기억나는 걸로 'Susan Slade'라는 영화가 있죠.

우리말 제목이 '청춘은 밤이 없다'였는데...

그렇다고 청춘애정영화의 제목을 '수잔 슬레이드'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참...;;;

반면 더글라스 서크 감독의 멜로물 'Imitation of Life'는 번역된 제목이 더 그럴 듯 했고요.

'슬픔은 그대 가슴에'...ㅎㅎ
Commented by 아얀 at 2009/10/22 23:19
왠지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번역되었다는 사실이 반드시 그게 오역이 아니라는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지 않나요?
애매할 때 다른 나라 번역을 보고 '그게 맞구나' 싶어 따라하고, 따라하고 ...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지 않나 해서요.

가을의 전설은 확실히 '가을'로 보기에는 어감이 이상한데 말이죠. Legend of Fall이 아니라 Legend of 'the' Fall이라는 점에서요.
Commented by 전쟁과 평화 at 2009/10/22 23:56
으, 계절 앞에 정관사 붙잖아요...--

다른 나라에서 번역된 것을 무조건 믿을 수도 없지만, 우리말과 영어가 언어학적으로 거리가 워낙 큰 언어이고 문화도 상이하기 때문에 유사한 언어권, 문화권의

번역을 참고하는게 안전할 때가 많습니다. 실제로 여러 나라 번역본을 비교하는 연구도 많이 이루어집니다요.

'Legends of Fall'은 저 위에도 썼지만 원작자나 감독도 의도를 밝히지 않아서 함부로 예단하기 곤란함요.
Commented at 2009/10/23 01:0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전쟁과 평화 at 2009/10/24 01:47
아니요.

별 거 아닙니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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